고시원은 한국을 포함한 소수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기괴한 구조의 주거 환경이다. 조그만한 건물에 여러방을 때려넣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필자도 처음 고시원에 들어가 보는거라 걱정이 정말 많았다. 고시원에서 한동안 살아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시원을 치면 우울이나 답답하다는 듯한 문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고시원 팁”이라며 떠도는 글에서는 대부분 아래와 같이 조언한다.

창문이 있는 방에 살아야 한다.


나는 지내야 할 지역의 몇몇 고시원을 방문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원장님과 저렴한 방(이게 좀 더 핵심)을 찾았고 인터넷에서 보던것과 정말 똑같은 구조의 고시원이었다. 내게 보여주신 방은 정말 깨끗했다(그 방은 정말 보여주기를 위한 방이었단걸 입실하고 알았다). 인터넷의 조언대로 창문있는 방을 얻으려고 했으나 창문 있는 방은 이미 꽉차 창문 없는 방에서 조금 생활하다가 방이 생기면 옮기기로 하였다. 게다가 창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5만원 가량의 금전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잠깐… 아니 5만원이면…

일단 방을 잡아서 하루자고 짐은 주말에 옮기기로 하였다. 필자는 가방에 챙겨온 담요 하나를 펴고 잠을 자는데 “내가 키가 큰 거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침대에 누웠더니 욕실의 유리와 발이 닿았다. 처음 느껴보는 홰괴한 촉감에 첫날 밤을 설치고 말았다. 또 공기도 답답한 느낌이라 숨쉬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와… 진짜 나 여기서 살 수 있을까?


살아보니 어떻니?

일단 숨쉬는 문제(?)는 공기청정과 제습기능이 있는 전자기기를 통해서 해결했다. 10만원 가량의 제품을 구매했다. 창문있는 방에 2달이나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또 창문이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조명이 주는 심미적인 영감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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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명은 낮이건 밤에건 상관없이 언제나 아름답게 반짝인다. 또 고시원의 장점은 이 아름다운 조명을 전기세 걱정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LED로 인해서 엄청난 전기세가 발생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뭔가 아무 생각없이 아름답게 조명을 즐길 수 있다. 생각만해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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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위기에 FKJHONNE의 노래를 스피커로 들었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자유까지 바라는 건 엄청난 사치였다.


단점은 뭐였니?

자 솔직하게 말하면 창문이 없어서, 고시원에 살아서, 좋은 이유는 위에 나열된 단 두가지가 전부다 ㅋㅋㅋㅋㅋㅋ 전기세를 내지않는 편안함,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조명이 주는 아름다움 그 외에 모든게 단점이다. 구체적으로 나열해 보도록 하겠다.


  • 화장실이 너무 좁다.
  • 곰팡이의 흔적이 보인다.

일단 위 두가지 이유로 처음엔 화장실에 들어가기도 싫었다. 뭔가 기분이 나쁘고 습한거 같고 헛구역질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 적응했다.


  • 조용히 해야된다는 거

자취할때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던 스피커로 음악을 듣건 전화를 하건 맘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선 그런건 전혀 할 수 없다. 시끄럽다고 민원들어오면 퇴실사유가 된다. 어떤 고시원 후기글에선 옆방 방귀소리도 들린다고 해서 그걸 감안하고 들어온건데 여긴 생각보다 방음이 잘돼 있어서 그정돈 아니다. 방음이 안됐다면 난 아마 이런 글을 쓸 여유가 없었을 텐데 (필자는 잠귀와 소음에 정말 민감하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빨래…

진짜 겁나 불편하다. 빨래를 하는 것도 너는 것도 걷는 것도 모든게!


  • 음식…

자취할때는 ‘집밥 백선생’보면서 따라해 먹는 것도 좀 재밌었는데 여기선 나만 쓰는 곳은 아니다보니 민폐인 거 같아서 참는 중이다. 라면이랑 밥은 항상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건 좀 좋다.


그래도

일단 이곳에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내가 미니멀 리스트로 살 수 있게 만들어준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라고 한다면 난 짐을 싸들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삶에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그 외의 물건은 과감히 버리고 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물론 나의 심리를 안정시켜줄 물건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여튼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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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배진오

소비적인 일보단 생산적인 일을 추구하며,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어합니다 :D
im@baej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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